처음 너의 사망소식을 접했을때 내 속에 커다란 혼돈이 생겼다. 난 그때 평소와 다르지 않게 게임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그것을 멈추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담담한 것 같았고, 웃음도 피식피식 나오는 것 같았다. 전화로 부고를 전해준 친구가 나의 반응에 놀라 나를 싸이코패스처럼 여길정도였으니까. 어쨌든그 게임 한판을 끝내고 너의 소식을 검색해봤다. 기사가 여기저기 많이 났더라. 그리고 그 기사를 읽으면서 난 머릿속으로 하염없이 그 순간을 상상했다. 산 능선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리며 바위에 기대고 있던 너. 서서히 균형을 잃고 무너져 너를 가득 안은 채 깊숙이 낙하하는 그 바위. 그걸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너의 여자친구.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건지, 아니면 숨이 턱 막혀버린건지 헷갈릴 정도로 복잡한 심정에 계속 ‘와’ 하는 감탄사만 연발했다. 다음날 일찍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 전원을 켰을때, 너에 대한 생각이 다시 머릿속에 켜져 하루종일 나를지배했다. 또다시 기사를 찾아보고, 그 순간을 상상하고. 비록 연락을 1년정도 하지 않았지만, 그 마지막에 너가 보냈던 크리스마스 파티 초대 메세지에 내가 거절했던것도 다시 열어보며 후회아닌 후회를 했다. 그렇게 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반차를 내고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을때, 꽁꽁 잠겨있던내 감정의 문이 열려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꺼이꺼이 울어지진 않았지만 왜그렇게 눈물이 폭포수처럼쏟아지던지. 혼자 책상 앞에 앉아 그렇게 궁상을 떨고 있는데, 문득 넌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하나님의 곁에서 광명을 받으며 행복해하고 있을지, 아님 어둠속에서 홀로 벌겨벗겨진채 웅크려 앉아 누가 손을 뻗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 인간이 오래 살 수 있는 이유는 망각하기 때문이고, 그것은 잔인하지만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넌내 옆에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는 이제 기억 언저리에 치워두고 가끔 꺼내어 보는 자그마하고 얇은 책자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 책자를 펴볼때마다 아직도 코 끝이 시큰거리며 눈물이 고이는 것, 험하든 험하지 않든 산을 보면 그 순간의 상상이 항상 떠올라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는 것, 너는 내 기억속에 아직 두껍고 무거운 사전같이 남아있나보다. 너에게 잘지내냐고는 묻지 않는 대신 잘 지내라는 한마디를 건네고 싶다. 하나님에게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으니 거기서도 잘 지내길 바란다. 잊고 있던 너를다시 생각하며 두서없이 짧게 끄적이니 또 눈물이 가득 차올라 앞이 보이지 않아 더이상 글을 이어갈 수가 없다. 다음에 어디선가 다시 만나면 싸구려 아마레또 한 잔 하자.